소개글 : <맥베스 - King's Choice>
지금 이 시대에, 고전문학 작품을 연극으로 접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. 예전 영국 작은 마을에서 쓰여진 작은 이야기 하나가, 전 세계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공연되고 다시 쓰여지고, 사람들의 박수를 받아왔다. 왠지 모르게 역사에 손 닿인 기분이다.
400년 전 처음 공연 된 명작이, 시간이 흘러 여러 연극을 거쳐 이제 앞에 와있다. 변화가 없었을 리 없는 일이다. ‘맥베스’는 자기 나름대로 셰익스피어의 손을 떠나, 꾸물꾸물 변신을 거쳐 왔다.
맥베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, 먼저 대략의 이야기를 적는 것이 좋겠다. 고전이기도 하고, 왠지 할머니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방식으로 쓰겠다.
“ 장군 맥베스와 뱅코는 함께 길을 가다가 세 마녀를 만나게 되었어.
그런데 이 마녀가 예언을 해주겠다는 거야. 마녀들은 맥베스에게 왕이 될 사람이라고 했어.
뱅코는 무슨 예언을 들었게? 뱅코는 왕이 못되어도 뱅코의 자식은 왕이 될거라고 했어.
아무튼 맥베스와 그의 아내는 이 이야기를 듣고, 왕이 될 욕심에 사로잡혀 버려.
여기서 부터가 문제였지.
맥베스는 결국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자기를 파멸로 이끄는 길을 택한 거야. ”
‘선택이냐 운명이냐, 그것이 문제로다’
운명인가 선택인가. <맥베스-King's choice>는 이 물음에서 시작된다. 그를 파멸로 이끈 것은, 마녀의 한마디 예언인가 맥베스의 선택인가.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, 그는 왕을 죽이고 친구를 죽였다. 과연, 그의 ‘살인’ 또한 운명에 의한 것인가. 그는 운명에 의해 ‘왕관’을 쓰게 된 것인가.
<맥베스>엔 절대 악이 없다. 그렇기에 더 흥미롭다. 절대 악이 결여된 상태에서, 한 인물이 자신을 악으로 이끄는 것. 맥베스의 내면은 어땠을까. 이번 <맥베스>는 과감히 결말을 자르고, 그의 내면으로 들어간다. 그 끔찍한 일을 저지르며, 맥베스는 무슨 생각과 감정을 거쳤을까. 마녀에게 예언을 들은 순간부터 왕좌에 오르기 직전까지의, 맥베스의 심리적 변화를 들여다보았다.
사르트르는 “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”라고 했다. 출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라는 것이다. 창작극단 몬스터가 보여주는 <맥베스>에서, 그의 논리가 맞는지 틀린지를 따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. 맥베스, 그의 인생은 짜여진 것인가 개척된 것인가.
음악극
글로브 극장 시대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. 관객은 발전했고, 기술은 더 발전했다. 이번 맥베스는 ‘소리’에 중점을 뒀다. 루프스테이션과 피치 시프트의 사용. 그들은 다양한 소리를 통해, 관객에게 맥베스의 심리를 보여주기로 했다.
누군가의 내면을, 외적 요소로서 접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. 과연 연극에서만 허용되는 ‘편리한 현실’일지도 모른다. 다행히도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주어졌다. 기분 좋은 변화다. 또한 모르긴 몰라도 2017년, 사운드를 전문으로 하는 창작극단 몬스터의 그것이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.
다양한 시간을 거쳐, <맥베스>가 <맥베스-King's choice>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.
얼마나 달라졌는지, 얼마나 발전했는지 ‘심리’와 ‘소리’에 중심을 두고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