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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일기] 감성적 혹은 감정적 인생

꽁글 2017. 11. 15. 01:41



감성적으로 사는 인생은 피곤하다. 그만큼 좋은 점도 있지만 많이 피곤한 건 어쩔 수 없다.


가끔은 내가 빈센트 반 고흐가 된 것 같다. 사실 나는 그에 대해서 잘 모른다.


닥터후 시즌5의 고흐 에피소드에서, 그 미치광이 예술가는 닥터와 에이미가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자, 갑자기 우울해져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침대에서 울었다. 내 모습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같다. 손바닥 뒤집듯이 변하는 게 내 감정이고, 내 기분이다.


제일 심한 건, 계절을 정말 많이 탄다는 것이다. 나같은 기분파에게 겨울은 정말 치명적인 계절이다. 추운 날씨만큼 내 감정도, 춥고 유약하고 당황스러울정도로 흑과 백이다.


힘든 건, 아마도 주변 사람이 내 감정때문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.


웃기겠지만, 겨울이 되면 이렇도록 감정적이고 우울한 내 감성에 내 주변 사람이 떠나지 않을까를 걱정하곤 한다. 실제로 몇 애인이 떠나가기도 했다.


나에게 겨울은 좋지만,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. 겨울만 넘기면, 내 사람이 날 떠나지 않겠지. 이 생각으로 겨울을 버텨온지 어언 3년 째다. 아직 겨울을 넘기도록 내 사람을 두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. 안타깝다.


감성적으로 살지 말아야지 하지만, 나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버리는 내 모습이 좋고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스탠드 아래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이 좋다.


갑자기 채연이 된 것 같지만, 진짜 나는 내 감성적 모습이 너무 좋다.


누구는 나한테 그렇게 감성적으로 살지 말랬다. 나는 이런 내가 좋다고 하니까, 그래도 우울할 때 넌 너무 많이 우울하잖아. 거기에서 어느정도는 벗어나려고 해야하는데 너는 그 속으로 계속 들어가잖아 라고 했다.


맞는 말이다. 나는 한 번 우울하면, 그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가니까. 그래서 나도 힘들고 주변 사람도 힘들게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.


내 모습이 정말 좋지만, 아마도 나는 조금은 덜 감성적인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절하는 법을 알아야할 것 같다. 밖과 나의 온도차이가 너무 심해서 머리가 괴롭다.


오늘 찾은 해결책은 '애니메이션'을 보는 것이다. 덜 착할 수 있고, 더 이기적일 수 있는 이 사회에서 '더할 나위 없이 착한 것'을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은 가끔, 아주 아주 위로가 된다.


앞으로 내가 찾는 해결책을 하나하나 포스트잇을 붙이듯 써내려가야겠다.


이번 우울도 적당히 즐기다가 넘길 수 있기를 빈다.